기똥찬 원숭이들의 기똥찬 앨범 데뷔

최근 인디계는 제 2의 부흥기라 할만큼 스타팀이 많이 배출되었다. 장기하를 필두로 국카스텐, 아폴로18과 같이 대형 페스티발과 공중파에서도 심심치 않게 모습을 볼 수 있는 팀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름을 날리는 몇몇 팀 이외에는 사실상 대부분의 팀들이 힘든 일상과 싸워가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어차피 천편일률적일 수 밖에 없는 국내 메이저 음악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지 오래된 락팬으로서는 이러한 국내 인디 뮤지션들이 더욱 양질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앨범을 배출하길 내심 항상 기대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Sonic Death Monkey”라는 팀을 알게 됐고 얼마 전 그들의 첫 EP 앨범을 전달 받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헤비한 뮤직을 선호하는 필자에게 재생과 함께 울려퍼지는 현란한 드러밍과 묵직한 리프 진행은 과거 어린시절 유명 메탈 그룹의 시디를 첨 들을 때와 같은 설레임을 느끼게 하였고 이내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까딱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후련한 리듬 진행과 함께 보컬 율의 거칠면서도 깊은 샤우팅은 한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음악적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멋진 기타리프로 시작되는 “Fly Free”는 자연스럽게 헤드뱅잉을 유도하면서도 군데군데 베이스 슬랩으로 펑키리듬진행을 보여 줌으로써 소닉 데쓰 몽키가 다양한 장르에 있어서 폭넓은 음악적 감각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머리 속에 흥얼거림을 만들어주는 메인 사비의 보컬 진행은 후크송으로써의 매력 또한 가지고 있다. 느린 템포의 굵직한 리프진행이 돋보이는 “Broken”은 마음을 차분히 만든다기 보다는 깊숙한 내면의 절망을 서서히 증폭시키며 절정에 이르러 거침없이 폭발을 유도해내는 굉장한 마력을 발산한다. 여기서 특히 보컬 율의 보이스는 국내에 유수의 헤비 보컬리스트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으며 특히나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일반적으로 꺼리는 거친 스크리모를 온몸으로 쏟아내고 있다. 세번째곡 “Bite the Bullet”으로 몸에 아드레날린을 충만하게 한 후 시작되는 마지막곡, 반전에 대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War is over”는 공연장에서 광란의 스테이지를 만들만한 곡으로 간결하면서도 파워풀한 기타리프가 돋보이는 곡이다. 자칫 반전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든 주제 일 수 있으나 강렬하면서도 관객의 흥분을 촉발 시킬 수 있는 곡 전개는 이런 부분을 파쇄시켜 버리기 충분하며 주제 전달과 곡의 완성도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듯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4곡의 짧지만 강렬한 시간이 지난 후 필자에게는 몇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이러한 실력과 음악성을 갖춘 밴드가 국내 시장에서 정당한 대우와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것과 그렇게 되게끔 만들어 줄 수 있는 진정한 리스너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하는 것이었다. 우선 사운드 프로듀싱, 곡구성, 각 파트 별 기량, 전체적인 느낌 모두 필자 개인적으론 합격점이지만 오히려 이렇게 뛰어난 밴드가 앞으로 해쳐 나가야 할 국내 음악시장의 편협함은 필자를 더욱 슬프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필자의 걱정은 지금 앨범을 발매하고 한껏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이 “기똥찬 원숭이”에게는 쓸 때 없는 걱정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국내 유수의 페스티발과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서 이 밴드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며 그 노력과 열정에 홀로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1. Fly Free
2. Broken
3. Bite The Bullet
4. War Is Over